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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

소울 가더 (SOUL GUARDER) - AU 트로이메라이 00





“ㅡ아템을 부활시켜야겠다.”

“응?”

“뭐라고?”

“예?”



도미노 시티에서 ‘카이바’ 라고 하면, 대단하신 카이바 코퍼레이션도 천재 해커인 카이바 모쿠바도 아닌 단 한사람. 카이바 세토를 가리킨다. 

그는 기상천외하고 뜻밖의 일만을 줄줄히 저지르는 인물의 대명사로서 유명하지만, 그 이상으로 도미노시티를 관리하며 중추라고 불리우는 솔리드 비전 시스템이나 듀얼 디스크의 보급과 발전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낸 인물로서 군림하고 있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이다. 

범인에게는 불가능한 발상과 행동력, 모두를 따르게 하는 절대적인 카리스마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결과가 바로 이 눈앞의 인물이시다. 그러니까, 뭐어. 이 도미노 시티에서 ‘카이바’라는 이름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신 카이바 코퍼레이션의 사장을 가리키는 말이고, 그 이름만큼이나 그가 한다면 한다는 성격인 걸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적어도 본인을 제외하더라도 나를 포함해서 카이바 코퍼레이션의 최상층에 앉아서 모처럼 사장실의 테이블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세 사람은 잘 알고 있단 말이다. 이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 집념의 소유자이며 평범한 인간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사람인지. 


상당히 넉넉하게 끓인 복숭아 홍차를 꼴꼴꼴 컵 안으로 따르는 소리만이 들렸다. 시간이 멈춘 듯 한 착각이 들었다.  

ㅡ마치 당장이라도 넘쳐흐를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말 그대로다. 모쿠바. 싸움의 의식이 거행되었던 곳을 중심으로 발굴 작업을 개시해라. 목적은 천년 퍼즐이다.”

“…….”

“이소노. 작업 인원을 확보해라.”

“…네,네!”



내가 제법 좋아하는ㅡ 예나 지금이나 정말로 변한 것 없는 새파란 눈동자.

더 없이 단호한 어조 속에서 그 말과 지시가 어떤 확신을 가졌음을 알았다. 그래. 너는 진심이다. 



“죠노우치.”

“…….”

“무토 유우기를 불러와. 천년 퍼즐에 아템을 강림시킬 준비를 하라고 전해. 원하는 건 뭐든 지불 해도 좋아.”

“……진심이냐 너?”



꿀꺽 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쿠키 한 조각 입으로 못 넘기고 이 심란한 티타임을 강제종료 당한 이소노 씨겠지. 그리고 말 한마디 없지만 아주 작은 숨소리로 모쿠바가 경직 되어있는 것조차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진심이다.”

“…….”



나는 카이바 세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녀석의 SP를 맡게 된 지 벌써 몇 년이던가.

이제는 잠을 자든 말든 서류를 보고 도미노시티의 온갖 장소를 뛰어다니느라 정신없는 녀석에게 그리 호락호락하게 휘둘리진 않게 되었고, 어지간하면 동요하지 않게 되었거든. 그만큼 녀석을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만한 시간이 흘렀다. 


한 자루의 창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영혼이 녹슬지 않도록 지켜온 시간 동안 알게 된 카이바 세토가 내 눈앞에 있다. 

그 창공의 색을 닮은 어두운 눈동자 안의 확신과 투지를 읽을 수 있었기에, 비로소 상황을 파악하고 말았다.



우리들의 마지막. 싸움의 의식. 떠나간 친구의 모습. 조각난 천년 퍼즐, 그리고.

ㅡ죽을 날 까지 지워지지 않을 패배자의 낙인이 찍힌 너.


그래. 진심이 아닐 리가 없다.



“…포기해.”



카이바의 눈썹이 크게 흔들렸다. 확연하게 굳어진 표정을 향해, 나는 다시금 못을 박았다.



“아템은 돌아오지 않아. 돌아 올 수 없어. 네가 아템과 끝장을 보고 싶어 하는 건 알지만, 포기해라 카이바.”

“ㅡ내겐 확신이 있어.”

“네 확신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 녀석은 돌아와선 안 된다는 거야. 돌아 올 수도 없을테고. 그렇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가벼운 작별이 아니었단 건 너도 잘 알잖아.”

“…….”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카이바의 시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엇갈렸다. 녀석이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 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왔기 때문이다. 다가올수록 범상치 않은 기색이긴 했지만 겁이 나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정면에서 녀석을 올려다보자, 그 싸늘한 시선은 물론이고 광기마저 묻어나오는 표정에 처음으로 압도당하고 말았다.



“네 놈 의견 따윈 필요 없어. ㅡ모쿠바. 이소노. 준비해라.”

“…알겠어 형님.”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단 한마디로 충분했다. 두 사람은 일사분란하게 그 자리를 부리나케 떠버리고, 남은 것은 녀석과 나 뿐이 되었다. 어느 새 고개를 돌린 녀석은 내게 더 이상의 할 말은 없다는 듯 등을 보일 뿐이었다. 


ㅡ도미노시티가 한 눈에 보이는 사장실에서 카이바는 내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그대로 창밖을 응시한 채 였다. 


저 멀리, 도미노시티 너머의 아주 먼 곳에 있는 상대를 찾아내겠다는 투지를 말 없이 보이며 등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나의 왕이자 나의 친구였던 이를 다시금 깨워 일으키겠다고.



“카이바.”

“…….”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사장실을 뒤로했다. 이미 익숙 할 대로 익숙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러서 최상층에서 일층 주차장으로 나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끔찍한 무력감이 나를 뒤덮었다. 이 감정을 알고 있다. 아주 오랜만에 맛 보고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사단을 직감이 예고했다. 발을 빼라. 차라리 모른 척 해라. 그 편이 신상에 이롭고 복잡 하게 얽힐 일이 없다고. 그렇게 주장하지만 이 일만큼은 내가 발을 뺄 수 있을리 없잖아. 저 녀석을, 혼자 둘 순 없단 말이야. 언제나 그랬잖아. 이번에도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미친, 제기랄. 대체 왜. 갑자기 왜 그러는거냐고 카이바.



"ㅡ어떡하냐 아템. 나는 저 녀석, 도저히 못 말릴 것 같은데."



찬란하게 태양이 빛난 정오.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에 카이바의 입에서 쏟아진 그 폭탄 선언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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