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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소원을

안녕 #05 사랑했던 날들






안녕. 

마코토.











*






요구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마코토. 옷 좀 벗어."

"꺄- 변태!"

"순순히 벗을 거면서 말이 많긴."

"안 벗으면 하뉴가 찢잖아요."



옷 사러 가는게 얼마나 귀찮은 줄 알아요? 그런 말을 하며 마코토는 셔츠 단추를 아래에서 하나 씩 풀었다. 침대 위에 앉아서 다섯개의 단추를 끄르던 손길은 언제나 세개 째에서 멈춘다. 그리곤 건방지게도 발을 들어서 내 배를 쿡쿡 찌른다.



"끝까지 보고만 있을 거에요?"

"ㅡ그럴 리가 있겠냐."



발을 낚아 채곤 곧바로 마코토를 깔아 누르며 생각 한 건데, 결국 이러나 저러나 단추가 남아 날 리가 없다니까.



"두개 정도는 끌러줘요!"

"기각."



그런 어쩔 수 없는 남자라는 건 너도 알고 있지?





*





말랑한 귀의 감촉만큼 부드러운 유두였다. 지분거리는 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아앙' 이라는 이상한 교성이 흘러 나왔다. 목소리를 무시하며 무심한 척 할 수 있는 것도 잠시 뿐이었다. 마코토의 양 팔이 내 턱을 단단히 감싸 안으며 가볍게 키스 하는 순간, 여태껏 가만히 앉아있던 자세는 단번에 무너졌다.



"뭐에요 이거. 진짜 개들이나 하는 자세."

"혀 깨물기 싫으면 닥치고."



짧았던 키스가 떨어지는 순간 가느다란 타액의 선이 늘어졌다가 다시 사라진다. 입에서 귀로, 귓볼에서 목으로 내려가던 혀가 얌전해 질 때 즈음이 마코토의 간지러움이 흥분으로 변할 시점이다. 백 년 가까이 지냈으면, 아무리 짐승 같이 놀았어도 알 건 다 안다고. 키스마크를 남긴 후 가볍게 깨물자 마코토의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 



"겁 내지 마 바보."

"그게 아니라ㅡ 진짜 하뉴는 엄청…읏…아, 바보잡지 마요."

"시트 잡아."



조금 씩 커져가는 걸 붙잡은 후 문질러지는 게 싫다는 듯 몸을 꼬아댄다. 나는 잡고 있던 마코토의 손을 놓아 준 후 입 천장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금새 땀냄새가 가득 한 몸이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집요하게 아랫쪽을 공략하자 처음으로 열에 잠긴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아…으흐…하뉴…하…너무 좋아."

"벌써 그 말 나오면ㅡ"



곤란하기 짝이 없다. 나는 마코토의 몸을 감싸 안은 채 억지로 내려 눌렀다. 이마와 목, 어깨부터 팔꿈치 안쪽. 손바닥, 허리와 복부까지 빠짐없이 키스 하는 동안 마코토의 숨결이 조금 씩 흐트러지는 건 즐거움 아닌 즐거움이었다.



"하뉴, 넣어줘…응? 넣어줘요."

"…."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혔는데, 마코토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척 베시시 웃고 있을 뿐이다. 순간 속에서 천불이 난다는 단어를 실감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손목을 휘어 잡은 채로 낮게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에도 마코토는 겁 없이 내게 키스 해 왔다.



"너한테 그런 말 가르친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팔 한짝을 뜯어버렸을 거야."

"…하뉴가 한 팔이 없으면 내가 대신 사냥 해 줄게요."

"넌 진짜ㅡ 가만 놔 두면 날 미치게 만들어."



키스는 그리 길지 않았다. 입을 막은 채로 마구잡이로 쑤셔넣었지만 벌써 오래 전에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있던 곳은 수월하게 움직임을 받아들였다. 목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신음 소리와 함께 마코토의 손톱이 내 어깨를 조금 긁었지만 피 냄새나 땀 냄새, 사정 직전의 정액 냄새들이 하나씩 코 끝을 자극한다.



"아, 으응…흣, 잠…깐만…. 간지러…흐윽 더 넣어 줘…하뉴거기…아…!!"



몸을 움직이는 데 여념이 없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마코토의 손이 갑자기 내 뒷목을 틀어 쥐었다. 부들거리는 팔로 안간힘을 다해서 키스 하려 드는 모습은 정말로, 정말로 사랑스러워서ㅡ



"아…아아…!"

"읏ㅡ"



사정감과 함께 눈 앞이 잠깐 새하얗게 변한 후, 시야 안에 들어오는 건 새빨갛게 상기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는 마코토의 모습이다. 어느새 똑같이 내뱉은 하얀 액을 대충 시트에 쓸어 내린 후 손가락 하나도 까딱 못 할 것 같은 녀석의 코 끝 위에 가볍게 입을 맞췄는데-



"너무 좋아ㅡ"

"그러니까 매 번 기름 붓는 건 네 쪽이라고."



떨어지려 하는 얼굴을 다시 부여잡고 눈꺼풀 위로 키스를 날리는 너한테서 벗어 나는데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 만 같다.








*






"이 것 봐. 항상 손해는 나만 보잖아요."

"왜 역정이야?"



마코토는 더는 말로 하지 않겠다는 듯 가만 침대에 앉아서 내게 셔츠를 들어보인다. 심지어 몇 번 흔들기 까지 하는데, 그렇게 단추 떨어진 셔츠가 싫다 그건가. 하여간 가지가지 한다. 좋았다면서 귀찮게 하긴.



"그거랑 이건 이야기가 다르죠. 하뉴는 몰라도 나는 셔츠 사는 데 신경 쓴다구요."

"어차피 남의 돈으로 사면서."

"디자인의 문제라니깐."

"내가 사주잖아 항상."

"하뉴가 사 준 옷 중에 내가 마음에 든다면서 입고 다닌 거 본 적 있어요?" 



음. 곰곰히 생각 해 보니 없었지. 아마도.




"그것 봐요."

"……음. 뭐 어차피 당장 불편 할 건 없잖아."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코토의 단추가 떨어져 나간 셔츠를 쥐곤 천천히 녀석에게 입혀줬다. 공주님 대접이 기분 나쁘진 않네요, 그런 말을 하며 녀석은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절대 말 하진 않겠지만,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달까지?"

"헛소리 한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럼 일단은 부엌까지. 배고파요 나."

"ㅡ사냥 나갈까?"



무드를 모르는 남자네요. 마코토는 그 말과 함께 내 귀에 소리 나도록 입을 맞췄다. 




"이럴 때는 말이죠. 그냥 끝 까지 곁에 있어주는 거에요."

"……."





그런 건가. 뭐 나름 인간 여자도 안아봤고 자식까지 낳아봤지만, 직접 낳아놓고 잡아먹었던 미친놈이라 그런가.

 잘 모르겠단 말이지.


마코토는 킥킥 웃으면서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란 말을 중얼거린다.

뭐 좀 모르는 사람이면 어때. 적어도 지금 널 안고 있는 팔이 멀쩡하면 그걸로 충분한 존재라고 나는. 




"하뉴. 나 사랑해요?"

"…너랑 지낸 지 백 년이지만 그 말만은 절 대 안해줘."




어쩔 수 없는 남자의 슬쩍 떨어지는 웃음이, 보름달까지 닿을 것 같은 어두운 밤이었다. 

너를 안은 채, 누구보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란건 잘 알지만 이대로 살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










한 번도 말한 적 없었고, 앞으로도 말 할 생각은 없어. 

이제 끝이란 이유로 말 하기엔 가볍지 않아. 적어도 내겐 그런 말이야.



그러니까 안녕.

안녕 마코토.




안녕 사랑했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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