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강한
평소와 똑같은 드리블이다. 강당에 울리는 공이 튀는 소리. 강당 바닥과 농구화가 마찰하는 소리. 날카로움은 간간히 귀를 찢었다. 고무 밑창의 마찰음은 심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달아오른 몸은 재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평소라면 그렇게 달아오를 강당이건만, 오늘만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했다.
평소와 똑같은 드리블 소리. 그러나 지시 내리는 사람 한 명 없이 모두가 한 명의 상대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모든 코스를 봉쇄하고 공을 쳐 낼 준비는 완벽했다. 적어도 토오의 레귤러진이 생각하기에는 부족할 게 없었음에도.
낮은 드리블, 변화무쌍한 움직임으로 공은 농락하듯이 사라지고 거친 몸싸움과 반칙처럼 재빠른 손놀림이 공을 빼돌리더니 끝내 모두를 따돌린다.
뒤이어 무뢰한을 꾸짖는 천벌처럼, 골대를 뒤흔드는 덩크가 작렬 하자 그만 웃음마저 나와버리고 만다.
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땀 흘리기 까지 고작 십 분. 토오의 레귤러 멤버, 그 중에서도 주전 전원이 커다란 움직임을 보여줄 새도 없었다.
골대를 통과한 농구공이 허망하다는 듯 몇 번을 통통 튀다가 조용히 굴러나갔다. ‘빌어먹을’ 하고 작은 목소리가 패배를 인정하며 조용히 이를 갈았다. 아, 방금 건 아마도 와카마츠의 목소리.
부 활동 시간도 아닌 견학 시간의 ‘외부인’에게, 오늘 처음으로 토오의 주전 멤버 전원이 십 점도 넘는 차이의 스코어를 한명에게 내준 완벽한 패배를 이룩한 순간이었다.
기가 찬다는 듯 경멸의 눈초리 조차 서슴치 않는 상대는 조용히, 명백한 실망을 담은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재미 없어."
그렇겠지.
"당신들 진짜 레귤러야?"
그렇다니깐.
"아무리 약해도 정도가 있지."
시끄러워 이 망할 후배.
"팀으로도 못 써먹을 수준이잖아 이건."
아오미네 다이키.
주전 유니폼을 주기 위해 친히 데려온 이 잘나신 '기적의 세대' 에이스는 정말로 더럽게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