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장미의 저주 ∞

RSW 2017. 5. 22. 18:27





후기

자캐 커뮤니티 T2nd의 러닝 캐릭터 자청연의 개인 엔딩글입니다. 첫 문장을 쓰고 난 이후 5주 동안 공백 포함 약 43000자 정도 되는 분량의 중편으로 무사히 완결까지 마쳤네요. 2015년 하뉴 타카히사의 개인지 The letter 이후로 상당히 오랜만에 '완성한' 중편 입니다. (가온아 미안하다... Only you도 내가 진짜...) 



START

처음 이 글을 구상하게 된 시기는 커뮤니티의 엔딩 부근 즈음이었던거 같습니다. 한참 방탈출 전후로 다른 분들이 캐릭터 엔딩을 어떻게 낼지 고민하시던 시기였던걸로 기억해요. 청연이는 생각보다 커뮤 러닝기간이 길어진데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기면서 서사가 늘어졌습니다. 그만큼 애정이 생겼고 결말을 어떻게 낼지 고민하게 만든 캐릭터였습니다. 오너의 멘탈 대핀치와 함께 여러가지 삽질도 겹쳤기 때문에 내 관캐는 나한테 관심이 없어 상당히 다양한 결말을 생각했었고, 그 중 최종적으로 결정 된게 장미의 저주였습니다. 

자캐에게 애정이 생기게 된 만큼, 죽음이라는 단순한 결말을 내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커뮤 세계관에서 계속 생존 시켜서 행복하게 해 주기에는, 그 때 까지 제가 굴렸던 청연이의 가치관과 안 맞는 게 많았습니다. 플롯 초안은 자아를 간직한 채 외도外道의 방법을 찾아 냈지만 그만큼 많은 걸 버려야 했고 버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일관적인 모습이 드러난 메리배드 엔딩이었습니다.

본인은 행복하지만 타인의 눈에는 저게 뭐야, 하는 그런 결말이었겠지만 원래 그런 애니까 상관 없지 않나 싶었고, 무엇보다 그게 처음에는 청연이에게도 행복한 결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과물은 상당히 달라져 버렸지만... 저주와 함께 남겨진 저택 안에서 매 해 여름마다 피는 장미와 함께 긴 잠에서 자다 깨길 반복하는 청연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노트에 플롯을 적었습니다.



TURNING POINT

청연이로 성사가 될 거라곤 감히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장미의 저주는 초안은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원래는 어느 세계관에서든 청연을 서포트하는 캐릭터로서 만든 백영에게도 상당한 비중을 줬던 내용이었는데요... 백영을 등장시킬 예정이었던 이유는 청연이 하나로는 중편정도 되는 분량의 스토리를 이끌기가 힘들고 + 합격 미션때에도 등장했지만 청연이의 소망을 알고 있는 캐릭터이며 + 본인의 개인 스토리도 어느 정도 글에 잘 녹아 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첫 플롯을 전부 완성하고 쓰기만 하면 되는 시점에서 관캐였던 유환이와 AU에서 미친듯이 위치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좀 죽고 싶었다... 결국 엔딩을 어떻게 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청연이나 저나 유환이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지만, 다시 2tnd 타임라인으로 돌아간다 한들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테고, 아무리 친하다고 한들 청연이에게 변화가 없다면 장미 저택 엔딩은 확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장미의 저택'이란 단어가 굉장히 뜬금 없으셨을텐데... 장미의 저택이 언급된 대화들은, 제 발악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결국 고록 팠지만.



ENDING

결과적으로 말하면 성사가 된 덕분에 원본의 엔딩은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원래대로였다면 청연은 그 흑단나무 문 저편에서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해 무력하게 서있었습니다.  문 안쪽으로 들어온 독고 윤에게 장미의 주인으로서 인정받고, 여름에만 깨어나게 되는 불멸의 수면을 시작함과 동시에, 청에서는 실종 처리가 됩니다. 백영만이 유일하게 진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청연이가 남겨둔 인세人世의 흔적들을 지우고 정리해주는 그런 엔딩이었네요. 

하지만 유환이가 생겼기 때문에 청연이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게 되어버렸고 흑단나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백영이의 존재도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에 플롯에서 전부 도려냈네요. 커뮤 엔딩 이후 청연이는 소망을 버리고 유환이와 함께 살아가는 그런 결말이 되었습니다. 앤캐 생긴 커뮤캐가 다 그렇긴 하지만 복지예산을 스틸 당한 백영이에게는 쬐끔 미안하긴 합니다.

유환이의 오너이신 ㅇ님과 대화 하면서, 어쩌면 유환이도 청연이를 따라 불멸의 생을 함께 해주지 않을까? 함께 영원히 행복 할 수도 있지 않나? 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양가적인 감정이 생겨서... 거기까지 자청연 좋을대로 해줘야겠냐; 라는 불만 섞인 심보도 좀 있었습니다. 

저는 러닝 때 청연이의 로그를 쓰는 동안, 소망을 향해 발버둥치는 인간찬가적 부분을 적는 게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이런 결말도 결국 최고의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네요. 혼자서 영원히 잠드는 것 보단, 언제 끝이 올지 몰라도 쭉 유환이와 함께 하는 삶이 나을테니까요. 연환이들이 좋으면 다 좋습니다. 네. 결론 끗. 앤캐는 메리배드 엔딩도 피하게 한다. 끝.



후일담

청연이는 결국 35세의 여름, 병가 휴직을 낸 3개월 동안 지독한 우울함에 시달리게 됩니다. 왼팔 재활 치료로 두달 + 멘탈 케어를 위해 한달 정도의 장기 근속 휴가. 복귀는 가을 일 것 같아요. 복귀 전까지 그 해 여름 동안에는 정말 많이 힘들어 할 것 같습니다. 유환이를 위해 내던졌다곤 해도 정말 간절했던 소망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끝없이 되새겨 볼테고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며 우울함을 느낄겁니다. 최선을 다해 뿌리쳐야겠죠. 그래도 아마 유환이를 볼 때 마다 자기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으며 극복하지 않을까요. 인격적으로 한 층 성장할 수 있을 계기가 아닐까 싶네요.

타임라인은 조만간 따로 정리할 예정에 있습니다. 저 때 즈음에는 정말 누님과도 실질적인 절연 관계에 돌입했을테니까. 주변 인물은 유환이, 백영, 대영청의 지인들 뿐이겠네요. 대인 관계 이렇게 극단적이면 골치 아프단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음. 뜻밖의 얀데레 플래그인가 싶기도 하지만 세상에 미련 둔게 단 한 사람 뿐이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어쩔 수 있나... 너는 니 운명. 앞 날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캐릭터 비하인드


자청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주인공님... 자아를 간직한 채 외도外道의 방법을 도통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던, 끝에 가서야 어리석음을 벗어난 남자. 제가 굴리는 커뮤캐들은 끝까지 모질지 못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거 같습니다. 이것저것 끌어안고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험한 꼴을 보고 나서야 좀 정신을 차리게 되었네요. 어차피 다 나을 건데 뭘.

저는 청연이가 정말 욕심이 많은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유년 시절 일그러진 환경에 놓여있었다는 이유만으론 납득 할 수 없을 만큼이요. 더 힘든 사람이 많다는 논리를 들고 올 생각은 없지만, 타협을 모르는 주제에 만족도 모릅니다. 심지어 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상냥한 누님을 좋아하긴 하지만 성가시고 답답해서 짜증을 부리는 인간적인 모습, 전부 버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결국 자기가 쥐고 있는걸 놓을 생각이 별로 없는 면이 특히 그렇습니다. 게다가 본인은 그 점을 자각조차 못 하고 있기 때문에 더 기가 차지 않나 싶어요. 

이제부턴 유환이와 살면서 자기 자신을 좀 더 잘 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유환이가 아니었다면 이런 결말을 맞이 할 수도 없었겠죠. 커뮤니티에서 앤캐를 만나게 되면 그 캐릭터와 미래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 변화는 필연적인 거 같아요. 지금껏 '내가 잘못 되었을 리 없다.' 라는 마인드로 살아왔지만, 그 뒤에 '하지만 어쩌면...' 이 붙게 되지 않을까... 유환이와의 연애는 청연이에게 참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좋아 죽겠냐. 나도 그렇다. 



독고 윤

장미의 마녀 독고 아가씨입니다. 원래는 '독고 아가씨' 라고만 언급 할 예정이었는데, 지인이 윤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덕에 상당히 마음에 드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컨셉이랄까, 모티브가 된 문장은 '연인을 너무나도 깊이 사랑했던 여자.' 입니다. 정말 진심으로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지만 남겨졌고, 슬픔과 욕심에 잠긴 미망인. 악독함이나 날카로운 모습은 그만큼 연인을 사랑했던 반동이라 생각해요. 죽어버린 연인은 윤을 이름으로 불러준 유일한 타인이었고, 저택의 장미를 돌보던 정원사였으며, 둘은 눈부시게 서로 사랑을 했었습니다. 그 외의 사항은 불명으로. 초월적인 존재이자 이야기를 이끄는 장치로 여기며 써봤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능력이 있다 한들 사람의 수명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선 결국 그녀도 청연과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던 존재였다고 생각해요.



류시월

깜짝 등장입니다. 사실 저희집 커뮤 캐릭터들이 꼭 어딘가에서 한번 쯤은 만나는 캐릭터인데요... 뭐 시월이니까... 제 자캐들 사이에서 항상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최애 자캐니깐요자캐들끼리의 관계를 엮을 때 류시월을 모르는 캐릭터는 없다, 라는 점도 그렇고 일단 한번 씩 등장 시키면 제가 즐겁습니다 ^.^ 이 글 배경에선 베타팀 겸 의료팀으로 활약하는 능력자가 되었네요. 사물의 형태를 최대 48시간 전, 어제의 상태로 복구하는 능력자입니다. (Yesterday once more) 유기체는 세포 복구, 무기체는 상태 복구에 가까운 시간 간섭 계열이에요. 참 재밌네요. 원판 (오리지널)의 청연이는 시월이와 적대적인 관계였기 때문에 이렇게 도움을 주게 되는 상황을 쓰는 건 신선 했습니다. 



백영

종종 영화에서 엄청나게 열연했지만 편집 때문에 잘려나가는 배우들이 있는데, 백영이 딱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어째 오프레에서도 재현 될 것 같은데... 여러모로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프로필에서도 짧게 적어두긴 했지만 독심술과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능력자입니다. 제어가 잘 안되는 능력 때문에 험한꼴을 많이 봐서 자기 능력을 버리고 싶어하는 캐릭터에요. 원래는 조연이라기 보단 단역에 가까웠는데, 엔딩 즈음에 조연으로 치고 올라왔다가 통편집을 당해버렸습니다 (;) 표리일체인 사람을 좋아한단 점에서 청연을 싫어하지 않고, 적당히 상부상조 하는 선에서 단물 좀 빼먹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연도 마찬가지란 점에서 비즈니스 프랜드십이로군요... 연환이들 복지 챙겨주고 플롯 갈아 엎느라 개인 비중이 싹 빠져버렸습니다. 학식 돈가스로 치면 그래도 튀김옷 정도는 되는 비중이었는데 말입니다. 청연이의 글에서 백영이 조연이었듯, 백영이의 글에선 청연이가 종종 조연으로 등장 할 수도 있겠네요. 글을 쓴다면... 쓴다면의 이야기입니다. 연환이들 글 쓰느라 또 밀려날 거 같다. 그치만 이것도 어쩔 수 없으니 심심한 사과를 남깁니다.





웹공개를 했지만, 적당한 시기가 되면 소장본으로 뽑아서 한 권 보관 할 생각입니다. 커미션 표지용으로 맡겼던 경화수월 그림도 있으니 로고만 박아서 편집과 약간의 퇴고+수정을 하면 될거 같아요. 처음 인트로를 비공개로 올렸던 게 4월 14일... 정말 생각보다 오래 걸린 글이지만 완결을 썼으니 조용히 만족하며 자축하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좀 쉬고 놀까 싶네요. 

이제 정말 끝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캐글이라는 게 원래 누가 봐주길 바라면 너무 힘들어지는 거라 자기만족의 수준으로 쓴 거지만, 기다려주신 분이 계셨고 저도 마지막까지 글을 다 썼으니 정말 기쁩니다. 청연이도... 뭐. 잘 살아주기를 바랍니다.